활용의 비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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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카드는 의외였다. 준공 52년 된 논현동 서울지역본부 사옥을 청년 주택 부지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역과 선정릉역 사이, 약 2천 평. 한때 '땅장사 공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기관이 자기 것을 먼저 푼다고 했다. "말보다 실행"이라는 그의 언급은 짧았으나, 그 짧음 속에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 철학의 한 단면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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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는 그 철학의 윤곽을 더 선명히 드러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국가자산 관리체계 대전환'의 핵심 문장은 이렇다. "소유(所有)와 보존(保存)에서 적극적 운용과 가치 창출 중심으로." 1400조 원에 달하는 국유자산을 잠재워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70년 동안 유지해온 국유재산법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부동산에 국한됐던 관리 범위를 증권·지식재산·가상자산까지 넓히겠다고 했다.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K-애셋 클라우드'를 구축해 유휴 자산을 발굴하고, 수요와 공급을 최적 매칭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가가 가진 것을 적극 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틀린 방향이 아니다. 묵혀둔 땅, 잠자는 건물, 활용되지 않는 재원(財源)을 깨우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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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인의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논리가 작동한다. 지난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의 골자는 '거주하지 않는 소유'에 대한 과세 강화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은 낮추고,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이 아니라 거주 기간에 연동한다. 살지 않으면서 갖고 있는 것을 죄악시(罪惡視)하는 구조다. 정부는 과세 형평을 위한 정상화라고 설명하지만, 그 귀결은 임대 공급의 위축이다. 조간들의 집계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들이 실거주나 매각을 택하면서 세입자에게 퇴거를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무력화되고, 수도권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며, 전셋값 상승이 가속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비거주 특례는 최장 3년인데 전세계약은 통상 4년 주기라서 마지막 1년은 집주인이 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여당 수도권 의원들마저 "실거주 여부로 세 부담이 7배 차이 나는 것은 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가는 자기 자산을 활용하겠다면서, 개인에게는 활용을 제약하는 이 비대칭이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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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공과 민간은 다르다. 국유지를 청년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과 개인의 임대를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소유와 보존'에서 '운용과 창출'로 전환한다는 선언이 국가에만 해당하고 개인에게는 반대로 적용된다면, 그 정책 철학은 일관성(一貫性)을 잃는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금융 합리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비거주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되 임대 공급이 줄지 않도록, 잠자는 공공 유휴지를 깨우면서 민간의 활용 의지까지 꺾지 않도록,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한다. 재정경제부 차관은 "불가피한 비거주를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 '폭넓음'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말보다 실행"이라던 공기업 사장의 선언은 아직 절반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