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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팡 시평

빗나간 과녁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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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 외가에서 보았던 논두렁의 물길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흙을 파서 작은 둑을 쌓고 물을 가두려 했다. 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둑의 약한 곳을 찾아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곳을 막으면 또 다른 틈을 찾았다. 물을 완전히 가두려면 논 전체를 콘크리트로 덮어야 했을 텐데, 그러면 벼가 자랄 수 없었다. 논두렁에서 배운 그 역설이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정부가 강남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리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줄이자, 시장은 '예상대로' 반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다섯째 주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1퍼센트 하락했고, 서초구는 0.23퍼센트 내렸다. 그런데 같은 주에 성북구와 중랑구, 동대문구의 중저가 아파트들은 줄줄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남의 물이 빠지는 동안 강북의 물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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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같은 서울인데 남쪽과 북쪽의 시장이 따로 논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분리'라고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둑의 이쪽에서 물이 줄면 저쪽에서 물이 불어나듯, 강남의 하락과 비강남의 상승은 동전의 양면(兩面)이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고가 주택의 매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한다. 정책이 겨눈 과녁은 강남이었으나, 화살은 강북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

더 흥미로운 왜곡이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 84제곱미터가 같은 단지의 중대형보다 비싸게 팔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 5단지에서 84제곱미터가 104제곱미터보다 1억 원 이상 비싸게 거래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넓은 집이 좁은 집보다 싼 기현상(奇現象)이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가 84제곱미터 이하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으니, 실수요자들이 그 틈으로 몰린 결과다.

규제가 의도한 바는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규제의 틈새를 따라 흘렀고, 결과적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가격대와 평형'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정책이 만든 인위적 희소성이 가격 왜곡을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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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운명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세제 혜택을 앞세워 민간 등록임대를 활성화했다. 집을 여러 채 사서 등록하면 종부세와 양도세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등록 물량이 급증했고, 곧이어 집값 급등과 투기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 혜택을 잇달아 축소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등록을 말소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였고, 전월세 공급은 쪼그라들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 전셋값이 다시 급등하자 여당 안에서 "등록임대도 주거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도 양도세 특례 축소안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분위기다. 밀어냈다가 다시 끌어당기는 이 반복은 정책의 일관성(一貫性)보다 시장 상황에 끌려가는 수동성을 드러낸다.

물론 정책 입안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집값이 오르면 투기를 잡으라는 압력이, 전셋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라는 압력이 동시에 밀려온다. 두 목표는 종종 충돌하고, 어느 한쪽을 밀면 다른 쪽이 삐걱거린다. 그러나 그 고충을 인정하더라도, 8년 사이에 활성화와 억제와 재검토를 오가는 진동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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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책의 효과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 한 정책이 강북 집값을 밀어 올리고, 투기를 억제하려 한 규제가 84제곱미터에 프리미엄을 붙이고, 임대 공급을 늘리려 했다가 줄이려 했다가 다시 늘리려 한다면, 그 결과의 총합은 무엇인가.

나는 칼럼니스트로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는 일에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다만 관찰자의 눈으로 볼 때, 시장은 언제나 둑의 약한 곳을 찾아 흐른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물을 완전히 막으려면 논을 콘크리트로 덮어야 하고, 그러면 벼가 자라지 못한다.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물길을 어디로 유도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올 하반기 전월세 물량이 최근 3년간 분기 중 가장 적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주거난이 깊어질 조짐이다. 이 국면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투자 조언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묻고 싶다. 정책이 겨눈 과녁과 화살이 꽂힌 자리 사이의 간극을, 우리는 얼마나 응시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