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십구 번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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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 자정을 갓 넘긴 시각부터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요동쳤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 '농지 전수조사', '유가 관리'—새벽녘까지 열 건 남짓한 글이 쏟아졌다. 잠 못 드는 임금의 밤샘 정무(政務)라 할 만했다. 그 열정을 의심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부동산이 잠잠해진 적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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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튿날, 국회에서 흥미로운 숫자가 공개됐다. 지난 1년 8개월간 국내 은행들이 가계대출 기준을 바꾼 횟수가 149회에 달한다는 것이다. 월평균 아홉 번, 사흘에 한 번꼴로 룰이 뒤집힌 셈이다. 규제의 본령이 예측 가능성(豫測可能性)이라면, 이쯤 되면 규제가 아니라 복권이다. 실수요자는 자금 계획을 세우다 지쳐 포기하고, 여유 있는 자는 현금을 쌓아두었다가 틈새를 파고든다. 정책이 투기를 막겠다며 투기에 유리한 지형을 깎아 만들어주는 아이러니가 여기 있다. 8·3 세제개편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의 79%가 15억 원 이하라는 사실은, 고가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저가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며 그 가격마저 들썩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창이 열린다는 경제학의 상투적 교훈이, 149번의 변심 끝에 다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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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미로는 대출 창구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성남 판교 인근 금토동, 45년간 공병부대가 주둔하던 땅이 있다. 병영(兵營)과 막사가 빼곡하던 그 터에 2200가구 주택을 짓겠다며 성남시가 손을 들었으나, 1년째 제자리다. 전체 부지의 98.5%가 환경평가 1·2등급지로 묶여 그린벨트 해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27년 전 만들어진 등급 기준이, 반세기 가까이 군화에 짓밟힌 땅을 '보전 1등급'으로 분류해놓은 것이다. 수도권은 이처럼 공급이 목 졸리는 와중에, 비수도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 14개 사업이 수요 부족으로 착공조차 못 했다. 남는 곳은 비워두고, 모자란 곳은 묶어두는 기묘한 균형. 이를 두고 정책이라 부르기엔 언어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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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공화국을 탈출하겠다는 선언은 새 것이 아니다. 역대 정부 모두 비슷한 깃발을 들었고, 그 깃발 아래에서 집값은 오르거나, 오르다 꺾이거나, 꺾였다가 다시 올랐다. 문제는 출구가 아니라 입구에 있다. 왜 사람들은 집에 돈을 몰아넣는가? 다른 자산이 불안해서다. 왜 수도권에만 몰리는가? 지방에서는 먹고살기 어려워서다. 대출 규정을 149번 바꾸고 군부대 터를 그린벨트로 동결해도, 그 근본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탈출을 외칠수록 깊이 갇히는 역설—우리가 빠져 있는 미로의 정체는 부동산이 아니라, 부동산 말고는 믿을 것이 없는 사회 그 자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