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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가와 신고가 사이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10-13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장.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질문에 앞서 숨을 고른다. “집값 급락 가능성이 좀 많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곧바로 뒤따랐다. 대출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난달 발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시장의 숫자는 그와 달리 87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는 절반 이상이 과거 최고가를 넘어섰거나 같은 가격에 체결됐다. 경기도에서도 동탄은 올해 19% 넘게 올랐고, 이천은 5% 넘게 내렸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상승(上昇)과 하락(下落)이 갈린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더 자주 오르내린 숫자는 가격이 아니라 재고였다. 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150만 가구를 넘어섰지만, 장기 공실은 4만3000호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 공급을 늘리기 위해 내놓은 공공택지는 절반가량이 유찰됐다는 보도도 함께였다.

이 지점에서 말과 장부가 서로 어긋난다. 급락을 말하는 기관의 손에 든 장부는 정작 공급의 마진을 보여주지 못한다. 임대 재고는 늘었지만 같은 장부에 공가(空家)와 신고가(新高價)가 함께 박힌다. 한쪽에서는 30억원에 육박하는 리모델링 청약이 일부 미달됐고, 다른 쪽에서는 공공분양가에 가산비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시장의 온도는 균일하지 않다. 그 온도차를 한 사람의 전망이나 한 기관의 발표로 봉합하기에는 숫자들이 너무 구체적이다.

물론 집값 상승이 무한정 이어진다고 보는 것도 섣부르다. 그러나 지금 논쟁의 중심은 오르내림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적 공급의 장부가 수요자의 장부와 얼마나 맞물려 있는가, 곧 수급(需給)의 신뢰(信賴) 문제다. 임대주택 150만 가구가 국민의 5.1%에게 주거비 절감을 안겨주었다는 발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4만3000호의 공실이 그 절감의 효과를 상쇄하고, 공공택지 유찰이 향후 공급의 시차를 벌린다면, 그 발표는 성과라기보다 관리의 과제에 가깝다. 규제를 더 조이자는 발언과 공급을 늘리겠다는 다짐이 한 기관에서 동시에 나오는 것도 그래서 불편하다. 시장은 정책의 의도가 아니라 집행의 결과에 반응한다.

지금의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가격 예측보다 훨씬 평범하다. 서울 접근성, 일자리, 교통 호재가 있는 곳으로 수요가 몰렸고, 그렇지 않은 곳은 빠졌다. 그 차이는 도시의 물리적 거리보다 행정적·재정적 집행의 속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누군가는 이 국면을 갈아타기의 기회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급락의 전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의 확신도 아니다. 공급 약속이 몇 가구나 실제 입주로 이어졌는지, 공실은 어떤 지역에 왜 쌓였는지, 택지는 왜 유찰됐는지에 대한 담담한 정보다. 그 정보가 없는 전망은 그저 목소리일 뿐이다.

독자께 묻는다. 집값이 더 오를지, 혹은 내릴지를 묻는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당신이 살고 싶은 지역에 공적 공급이 실제로 닿아 있는지를 살펴보시길 권한다. 시장의 숫자는 정책 발표보다 천천히 움직이지만,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상승률의 소수점도, 한 사람의 전망도 아닌, 두 장부 사이의 그 괴리를 버텨낼 수 있는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