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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팡 시평

주택의 역설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10-16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이 문장 하나로 시장의 오랜 의문을 건드렸다. 서울 외곽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의 실거주 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급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바로 그 무렵 정부는 수도권에서 올해 연말까지 21만 8천 호에서 23만 5천 호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는 크다. 그러나 서대문구 홍제동의 낡은 아파트가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고, 노원구 상계동의 작은 평형이 잇달아 신고가를 쓴다는 소식이 그 숫자와 같은 주에 겹쳐 있었다.

정부는 16일부터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을 열고 착공, 분양, 입주 일정을 달마다 두 차례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집이 어디에, 언제 나오는지라는 말이 첫 회의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계획의 총량이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 자리에는 그 계획이 언제, 어느 동네에 실제 집으로 도착하는지가 빠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브리핑은 3기 신도시 착공 호수와 공공분양 일정, 신혼부부 소득요건 완화까지 구체적인 지점을 짚었다. 이런 방식은 시장의 조바심을 다스리는 데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같은 날짜의 시장 숫자는 공급이라는 낱말이 두 개의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착공으로 세는 미래의 집과, 당장 살고 싶은 오늘의 집 사이에는 늘 틈이 있다. 정부가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적주택 약 10만 호의 입주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집들이 문을 여는 자리와 실수요자가 지금 몰려 있는 자리가 어긋나 있을 때 공급의 체감은 지연된다. 그 간극을 오늘의 시장이 메우고 있다. 중랑구, 성북구, 도봉구의 신고가 행렬은 공급 발표가 아니라 매물 부족과 실거주 요건이라는 더 빠른 시간에 반응한다.

여기에서 이번 주 가장 읽어야 할 흐름이 드러난다. 집값이 오르는 것이 투기의 광기가 아니라면, 그것은 오히려 제도의 부지런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거주를 강조하고, 다주택을 견제하고,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를 수사하고, 재건축 현장을 점검하는 일은 모두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조치다. 그런데 그 조치들이 촘촘해질수록 서울의 변두리는 변두리가 아니게 된다. 살림집을 구하는 일이 쉬워졌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고, 다만 규제가 막아놓은 길의 끝에서 작은 평형 아파트가 새로운 높은 가격을 찍는다.

이를 두고 조간들은 “상향 평준화”라고 썼다. 비핵심지를 정리하고 서울 핵심지로 갈아타라는 매수 전략이 전문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도 같은 층위다. 상승이 외곽으로 번지는 모습을 두고 불안을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은 언뜻 놀랄 일이 아니다. 서울은 오래전부터 한강만이 아니라 지하철 노선과 직장 접근성으로 연결된 도시였고, 그물이 촘촘한 도시에서는 상승도 균일해진다. 문제는 그것이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평준화가 아니라, 살 곳의 문턱이 모든 방향에서 높아지는 일이라는 데 있다.

전세는 더 빠르다.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이 6억 4천만 원을 넘어섰다는 집계가 나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로 넓어진 지 일 년쯤 흘렀고, 그 사이 전세는 6천만 원 가까이 올랐다. 전세를 줄이고 거주를 강요할수록, 거주의 사다리로 여겨지던 전세가 오히려 사다리를 걷어 올리는 모양새가 된다. 정부가 이번에 신혼부부 공공임대 소득요건을 완화하고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를 신설하겠다고 한 것은 이 급등의 응급처치에 가깝다. 그러나 서울의 전세 계약 다섯 건 중 하나는 공공 전세임대의 보증 한도를 넘어 입주자가 평균 3천만 원가량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국감 자료도 있다. 기대어야 할 제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틈으로 실수요자가 새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시간도 어긋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비사업 568곳을 전수 조사해 공사비 검증을 거치지 않은 구역 138곳을 찾아냈고, 그중 16곳을 특별 점검하겠다고 했다. 공사비 논란으로 멈춰 선 사업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천 491가구 규모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세화여고 배구부 감독의 낡은 숙소가 재건축을 거쳐 같은 평형 57억 원의 자산이 되어 이제 월세로 쓰인다는 기사도 있었다. 개발의 질서를 점검하는 칼날과, 개발의 결과로 자산이 재탄생하는 순간이 이렇게 나란히 놓인다.

국가가 공급 계획을 일정표로 바꾸는 일은 분명 진전이다. 그러나 정책이 통계를 만드는 속도와, 시장이 가격을 만드는 속도는 원래 다르다. 정부가 공개하기로 한 착공 숫자는 장차 누군가의 집이 될 자재와 인허가의 합산이지만, 노원구 41.3제곱미터 아파트의 5억 8천만 원짜리 계약은 오늘 밤 누군가가 내려야 했던 결정의 그림자다. 그 둘 사이를 잇는 것은 규제도, 공급도 아니다. 어쩌면 제도가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애쓸수록 사람들이 제도보다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려 한다는, 오래된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