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사는 나라
세종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가 지난 16일 시장을 이렇게 말했다. “주민 절반이 공무원이라 기관 이전 얘기가 나와도 도장 찍기 전까지는 잘 안 믿어요. 그런 주민들이 이번에는 먼저 움직이는 분위기입니다.” 중앙행정기관 44곳의 이전 발표 이후, 그가 눈으로 확인한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의 배후에는 값의 상승보다 더 원초적인 것이 있다. 내년에 입주할 아파트가 0가구라는 사실이다.
서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88가구에 그치고, 수도권 전체로도 4,031가구로 전월의 절반 수준이다. 전월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2.8% 줄었고, 일부 지역은 반 토막이 났다. 보증금을 3억 원 올려 갱신한 계약도 등장했다. 빌라 시장에서는 전월세 매물이 36% 감소했다. 이러한 수치는 매매가 지표보다 훨씬 정직하게, 지금 주거의 문제가 값이 아니라 ‘있음’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책은 여전히 매매, 즉 所有(소유)의 가격에 매달려 있다. 정부는 아파트 거래량 감소와 매물 증가를 근거로 과열이 차단됐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허가 감소로 공급이 2028년께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8년은, 이번 달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에게는 너무 먼 지평이다. 11월 입주 물량이 반 토막 나고, 다음 입주 가능 연도가 0인 지역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연착륙이라는 표현은 공허하다.
더 깊은 문제는 임대주택이라는 공공의 방패마저 금융의 유혹에 흔들렸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노후 임대주택을 고치려고 모아둔 수선자금 2조5천억 원을 외부 운용사에 맡겼고, 그 운용사는 이를 담보로 1조2천억 원을 추가로 빌려 총 3조7천억 원을 굴리다 758억 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임대주택의 수선이라는 본래 목적은 어느새 수익률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주거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판이 자산운용의 실험실이 된 것이다.
이는 단지 LH의 내부 통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땅과 집을 바라보는 방식의 矛盾(모순)을 드러낸다. 매매시장에서는 거래량과 매물로 과열을 말하고, 임대시장에서는 입주 물량과 매물 감소로 불안을 말한다. 需要(수요)와 供給(공급)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집을 사는 행위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읽히는 한, 전세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매매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선택은 언제나 투기로 오해된다. 그러나 그들은 가격을 쫓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살 곳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거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소유 욕구는 이성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의 결과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자산 가격이 꺾였다고 해서 주거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급 금융이 막히면 임대차 시장이 먼저 경색된다. 입주 물량의 감소는 오늘의 통계가 아니라 3년 뒤의 전세 가격을 예고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 묻는다. 당신이 지금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라면, 그리고 내년에 이 지역에 들어올 신축 물량이 0가구라면, 어떤 계산을 할 것인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타당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코앞의 주거 공백을 메우는 일이 정책의 맨 앞줄에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값이 오르는 집을 잡으려다 더 큰 불안을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