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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팡 시평

버팀목이 기운 자리엔 월세가 남는다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10-23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이 올해 51%를 넘어섰다. 1년 전보다 7%포인트가 뛴 사상 최고다.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한 달 새 5% 남짓 올라 71만 원이 됐고, 강남구는 97만 원을 넘본다. 숫자가 차가운 것은 늘 그렇다. 문제는 그 숫자 아래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들의 체온이다.

지난 23일 이형일 부총리는 서울 영등포의 한 행복주택을 둘러보며 집을 ‘삶의 출발점이자 버팀목’이라 불렀다. 생애 모든 단계에서 주거 걱정 없이 살게 하는 주거권(住居權) 보장이 정책 목표라고 했다. 국유지를 활용한 수도권 2만 8000호 공급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의 신호는 정반대다. 조간들은 이번에도 월세 급등의 실질 원인을 실거주 규제에서 찾는다. 전세를 끼운 갭투자를 막겠다고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를 조이자 전세 매물이 줄었고, 그 빈자리를 월세가 채웠다는 진단이다. 전세의 월세화(月貰化)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59㎡ 전세는 2년 전 6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뛰었다. 만기를 앞둔 세입자는 집주인이 들어온다는 통보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다. 전세는 목돈을 맡기고 사는 세입자만의 제도가 아니라, 주거 불안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지 않던 한국적 완충 장치였다. 그 완충 장치가 계약서 한 장 차이로 무너지는 광경이다.

정부는 공급으로 답한다. 그러나 공급은 완공의 시간이 필요하고, 월세는 다음 달부터 오른다. 같은 날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한도를 여신성 자산의 30% 이내로 신설한다고 예고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그 위험 관리가 임대차 시장의 유동성까지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외면해선 안 된다. 전세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것은 결국 세입자의 월급에서 떨어져 나가는 월세뿐이다. 정책과 시장의 어긋남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가깝다.

이 글을 읽는 이가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라면, 갱신할 월세 계약서를 앞에 둔 청년이라면, 오늘의 숫자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집이 버팀목이 되려면 기울어진 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부총리의 약속이 어디쯤에서 현실과 만나는지,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